방 안에 스며들어 눈 뜬다아무 곳에도 머무르는 법 없는 그녀가만가만 들어와 길게 눕는다천지간에 아무 소리 없다나뭇가지에 쌓인 눈 흩날리는 소리 들릴 뿐,찾아줘서 고맙고 반갑다
늙고 지친어느 날부터인가 눈 오는 게 싫어졌다하늘하늘 내리는 음표들의 율동사그륵사그락나뭇가지마다바람의 낙하산 타고 내려와 착지도 하기 전에모닥불로 뛰어들어 장렬하게 전사하는
이른 새벽모이 찾아 날아오는 회색 비둘기 떼십장 눈치 보며움켜쥔 서푼, 그나마요즘엔 장마통이라공치는 날이 많아고단한 날갯짓하루 몸값 받아 쥐고늦은 저녁으로 날아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