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된 세계인식과 인간의 관점에 대한 성찰
포효하는 호랑이가 카메라 조리개 속에 나타났다

용해숙 작가가 지역의 장소를 담은 '유토피아 삼경' 전시회를 8일부터 14일까지 홍천미술관에서 개최한다.

홍천을 중심으로 이상화된 공간을 연구하고 통념화된 인식 인간의 관점을 성찰하는 용 작가는 오랜 시간 질문해온 지역, 장소에 관한 새로운 재현으로 실존하지 않는 장소인 유토피아를 실재하는 이상화된 공간으로서 강룡사와, 기술력이 시각화된 교각과 공사현장을 통해 질문한다.

여기에 이번 작품은 사진 작업에서 어떤 공간 속의 풍경을 배경 삼아 삼각뿔의 형상으로 배치한 거울을 찍는 카메라는 다름 아닌 호랑이에게 집어삼켜지는 환술사 신세 같다는 느낌이다.

작가는 홍천 강룡사 대불보전 및 관음전, 홍천 K컨벤션웨딩홀 그리고 청주 미호천 교각 공사현장 등 각기 다른 장소에서 천라지망[天羅地網], 즉 하늘의 그물 땅의 그물을 짜듯 거울 배치를 하고, 사진을 찍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 그 각각의 거울 각도가 미묘하게 장치되어 장소의 풍경인 듯하면서 동시에 저 세상 광경인 듯한, 천 곳 만 곳 같은 거울상이 나타난다. 이는 붓다의 “지혜 광명이 두루 비춘다”라는 명제가 거울의 반영상 속에 망점[網點]이 드러나면서 무엇인가를 폭로하는 것이 압권이다. (김남수 서문 “포효하는 호랑이가 카메라 조리개 속에 나타났다”에서 발췌)

홍천읍 강룡사와 K컨벤션웨딩홀은 오래된 어쩌면 실존하는 유토피아이지만 작가가 고안한 큰 거울 프레임에서 반사된 이미지를 통해 나타난 변화하는 장소는 고유성이 해체된 헤테로토피아적 경계를 드러낸다.

기획 초기 설치구조에서 나아가 공간과 장소를 반영하는 시점에 중심을 둔 이번 유토피아 삼경 실험 사진 연작은 해체된 광경의 재통합으로 인간 중심의 시점에 질문을 던진다.

홍익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용해숙 작가는 성공회대학교 일반대학원 아시아 문화연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동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4년엔 홍천에서 지역문화 공간 ‘분홍공장을 설립해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을 포함한 60여명의 작가들을 초청해 현재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용해숙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광주시립미술관, 갤러리 호호에 소장돼 있으며 작가는 서울과 홍천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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