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변소 깊숙한 똥통에서
구더기들이 꼼지락거리며 시를 쓰고 있다
가파른 절벽 타고 오르다
미끄러져 떨어지는 끈질긴 도전 끝에
정상에 올라 파리가 되었어도
똥둣간 떠나지 못하고 주위만 빙빙 돌다
싱싱한 똥 즐겨 빨아먹는
똥파리가 되었다
나도 엄마 뱃속에서 나와
무럭무럭 자라 큰사람 되겠다고
용쓰며 열심 살았지만
호미 놓으면 죽는다는 부모님 성화에
화전 밭고랑 벅벅 긁으며 시를 캐며 살고 있다
끈질긴 무기에 사로잡힌 한 생
시 한 편 발표는커녕 밥만 축내는
인간 똥파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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