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뱃속에 방을 지니고 있다
뒤뚱뒤뚱 걸음마 시기가 지나면
애집하기 시작하는

가방은 여자의 길동무다
없으면 손발이 잘리거나 벌거벗은 기분이다
카메라 앞에서 임신한 배를 가리고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앉을 때 앞가리기로 쓰고
때론 무기가 되어주는 가방
브래지어 안쪽을 탐색할 수는 있어도
손을 넣을 수 없는 비밀의 세계
립스틱 거울 초콜릿 지갑 열쇠 볼펜 명함
속옷 물티슈 생리대
씹다 버린 껌 종이가 들어있는

방, 한없이 대접을 받다가도
때론 하찮게 취급되기도 한다
지하철 식당 찻집 술집 공중화장실에서
알 품은 암탉 자세로 놓여있다가 발에 채기도 하는
가방, 누가 세탁할 생각이나 할까
이렇게 세상의 때를 묻힌 채
영예롭게 대우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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