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가들이 던지는 프레임에 속절없이 갇히지 마라

요즘 정가에서는 유권자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프레임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자신의 입지가 유리하도록 기가 막힌 화두를 만들어서 여론을 이끌어가고 있다. 프레임(frame)은 원래 틀, 액자, 테두리, 구조라는 뜻이다.

별로 신통지 않았던 그림도 멋진 액자속에 넣으면 더 귀하게 보이고, 반대로 귀한 그림도 형편없는 틀 속에서는 그 진가를 발하기 어렵다. 마술처럼 능력을 발휘하는 이 프레임은 그림작품의 틀 처럼 실물만 있는게 아니다.

이론이나 종교적인 교리, 정치적인 바람몰이를 위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생각의 틀, 즉 관념프레임 또한 만만치 않다. 특정한 이슈나 사실이 어떤 프레임에 갇히게 되느냐에 따라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프레임에 한 번 빠지게 되면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그 틀 속에서 헤어나기가 어렵다. 가정이 붕괴되고 건전한 삶이 파괴되는 사이비 종교집단이 지속적으로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그렇게 시각이 고정되고 생각이 고착될 수 밖에 없도록 논리적으로 짜여진 프레임, 즉 ‘교리의 덫’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선점된 관념의 틀’이 그만큼 무서운 것임에 틀림없다. 틀은 한 마디로 생각을 그 안에 가두고, 시각을 한 곳에 묶어 두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30년 준비하고, 30년 일하다가, 20~30년 노후생활로 이 땅의 삶을 마감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많은 시간을 자의던 타의던 이미 만들어진 각종 틀속에서 영향을 받아가면서 살 수 밖에 없다.

사실 어떤 조직이나 어떤 상황이 끝나고 보면, 우리는 ‘의미도 없는 일에 허송생활을 하고 낭비한 것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그래서 마침내 임종 직전 에서야 허망한 것에 에너지를 낭비했던 지난날을 후회하게 된다.

이렇듯 인조 프레임을 만들어 프레임팔이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실력으로 착각하고 진리처럼 숭배하며 남을 현혹시킨다. 그러나 그동안 정통 해석으로 여겨왔던 경전의 해석이나 교리 마저도 세월에 따라서 의역이 달라지고 변해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같은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석이나 구체적인 적용이 모두가 똑 같을 수는 없다. 단지 그때 그때마다 공감을 주거나 혹은 마음을 중심 잡도록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이 내용을 지배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

요즘 정치인들도 이러한 프레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권력을 잡거나 유지하는데 성패가 갈리는 경우를 흔히 목격한다. 예컨대, ‘연대 프레임’ ‘단일화 프레임’ ‘민생 프레임’ ‘포퓰라즘 프레임’ ‘덫 씌우기 프레임’ 등 대중인기를 등에 업은 수많은 것들이 그것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종교인에게 대박 나는 프레임이 반드시 국민에게도 대박이 될 것인지는 지나 봐야 알 일이다. 오히려 판단을 혼란케 하는 프레임은 국민에게 쪽박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영향을 받고 있는 생각의 틀, 즉 강요된 프레임이 나에게 약이 되는지 아니면 독이 되는지를 판단하려면 그 프레임을 누가 만들었고, 그것으로 인해 사익을 편취하는 집단은 누구인가를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어유희나 분위기에 취해서는 안된다. 즉 프레임에 갇혀서 내용의 실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본래 의도하는 근본 취지를 분위기에 도취되어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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