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과 '자유로움'을 결박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는 물리적 거리 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가 있다.

피곤하지도 외롭지도 않을 만큼의 심리적 거리.

상처받지 않고도 상생할 수 있는 마음의 거리가 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나 직장동료 사이에서든 마찬가지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심리적 거리를

두지 않아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의 아픔이 허다함을 본다.

 

우리가 가까운 사람에게서 더 상처를 받는 것은

너무 가까운 나머지 상대방과 나의 정서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에 대한 나의 기대나 바람을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와 엄연히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고 있다.

타고난 유전자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가까운 관계라고 해서 무조건

상대를 내 맘에 맞도록 바꾸려고 해 봤자

상대는 바뀌지 않고 오히려 관계만 나빠진다.

천성은 변하지 않으며 상대와 나는 영원히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내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상대방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되어

상처 입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는

이 심리적 최적거리를 현명하게 인정하고 적용해야 한다.

너무 가까워서 화상입지도 않고

너무 멀어져서 동상입지도 않을 유격 거리 말이다.

 

심리적 거리를 둔다는 것은, 상대가 무엇을 하든, 곤경 속에 빠져있든

매몰차게 무신경 무관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상대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우리는 하나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내가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내가 상대방을 서운하게 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어떤 기준을 내가 억지로 상대방에 맞추거나

상대방을 억지로 나에게 맞추도록 강제하지 않으므로 해서

“다름”과 “자유로움”을 결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필요한 심리적 거리가

있다는 것을 결코 서운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상처를 덜 받게 하는 안전거리이기 때문이다.

관계를 단절시키지도 않고 상대를 향한 복수심도 일으키지 않는

마음의 완충지, 비무장 지대(DMZ)이기 때문이다.

 

정신분석 전문의인 김혜남 작가는, 관계마다 알맞은 거리를 이렇게 정하고 있다.

가족과 연인은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지만

함께 서 있을 수 있는 거리 20cm.

친구와는 손을 뻗으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 46cm

직장 동료와는 사무적인 관계를 맺으면서도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거리 1.2m

 

지금 당신이 상처받고 있는 상대와의 심리적 유격 거리는 얼마인가요?

저작권자 © 더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