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서면 습관적으로 티브이를 켠다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뒤 안락의자에 몸 뉘이고

리모컨 버튼 누르는 순간 현실의 중력에 억류되었던

몸과 마음의 세포 붕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에 휩싸여 무엇이든

내 맘대로 세계를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자가 된 기분이다

리모컨 하나면 드라마 다큐멘터리 스포츠 홈쇼핑 등속

어느 세계라도 잠입할 수 있다

나는 그 속에서 함께 울고 웃고 흥분하고 화내고

침 흘리고 졸다 리모컨의 온·오프대로 깨고 잠든다

나의 시선은 모니터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있다

생활이 밖으로 나를 불러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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