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안개 자욱한 뜰에
노랑나비 몇 마리
달맞이 이파리에 살갑게 붙어있었다
곰곰 들여다보니
간밤에 갓 태어난 꽃들이었다
투명한 빛깔에 꽃의 얼이 얼비치었다
저 여린 얼이 아니었다면
더욱 빈한했을 내 여름의 뜰
어느 날 꽃들은 앙상한 줄기에
딸랑 씨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었다
마지막 꽃대를 흔들어주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시나브로 다가온 숫가을
내 속들까지 파고들었다

저작권자 © 더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