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땡볕에서 자랐다고
투덜대던 콩
도리깨질로 붙잡아 들여 키질하고
가마솥에 찜질
되레 몸이 불어 거드름 피우는 그놈을
절구에 넣고 사정없이 찧어
틀에 넣고 꾹꾹 밟아 만든 메줏덩이
짚으로 묶고 고리 만들어
보란 듯이 추녀 밑에 걸어두었다가
봄볕 좋은 날 골라
왕소금 물 채운 항아리 속에 감금
검푸른 속내 우러날 때까지 삭히고 삭혀
보리밥과 버무려서
이번엔 뒤뜰 장독대로 유배
잦은 눈비 속에서도
햇살 들이는 일 거르지 않으시던
어머님의 정성 잊지 않고
누렇게 철들던 된장
묵힐수록 제맛으로 익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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