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에 들러
시장기 채우려 바코드를 긁는다
식사 때마다 마주치는 영양사 아가씨는
나의 일상을 검색기처럼 꿰뚫고 있다

오늘은 한식
옹기 뚝배기에 나온 우거지탕
간밤에 숙취도 풀 겸 해서
뚝배기째로 먹어 치우니
뱃살 주름 펴지는 소리 요란하다

위장이 고장 났다는 처방전에 따라
약 한 봉지 털어 넣고
로열젤리 질겅질겅 씹는 퇴근길에
집 근처 슈퍼마켓에 들러
출근할 때 아내가 건네준 쪽지를 꺼내 든다
비누 칫솔 시금치 달래 마늘 풋고추……
빠짐없이 챙긴 다음 계산대에서
잊지 않고 바코드를 긁는다

아내의 칭찬을 뒤로한 채
잠자리에 눕기 위해
나는 본능처럼 아내의 가슴에 바코드를 긁는다
이내 아내의 얼굴에서 피어나는 그윽한 미소

공짜 없는 세상
바코드가 있는 한 나의 하루는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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