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미안함

홍천에서 유일하게 15년 간 여자 배구부를 운영하고 있는 남산초등학교를 방문해 선수들의 만나고 훈련을 지켜보았다.

마침 배구로 명성을 날리는 충북 제천의 의림초 남자 배구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위해 남산초를 찾아 함께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직은 어린 선수들이라서 체구는 작지만 그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령과 훈련은 어른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강도였다.

제천의림초와 시합을 하고있는 남산초 선수들

현재 남산초에서 배구부에 명단을 올린 선수는 전수진, 유서진, 최하은, 허예지, 홍시율, 정유영, 김채원, 김다솔, 이다온 등 10여명이 훈련을 받고 있다. 아직 학년이 오르지 않은 2학년에서 5학년 선수들이다.

그동안 강릉의 옥천초에 밀려 강원도 대표로 나가지 못했지만, 김영희 코치의 지도아래 2016년부터 강원도 대표로 출전해, 각종 전국 대회에서 3위를 하는 등 뛰어난 실력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최근만 해도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전남 해남에서 열린 연맹회장기 전국 초등학교 배구대회에서 남산초는 3위로 입상해, 3년 간 전국 상위권에 머물면서 떠오르는 타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연맹회장기 전국 초등학교 배구대회에서 3위를 한 남산초 선수와 코치들

전국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열악한 조건에서 볼 때 이는 대단한 실력이라고 볼 수 있다. 홍천에서 중학교 배구부가 창단되면 선수층이 두터워져 배구로 홍천을 알리는 홍보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수들은 “중학교에도 배구부가 생겨서 우리가 졸업하면 걱정없이 특기생으로 진학해 운동을 계속하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그래서 이들을 특기생으로 받아줄 수 있는 중학교가 없다는 현실에서도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미안함 마저 들었다. 어른들이 운동을 계속 하고자하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마음에서다.

각자의 입장이 있겠지만 이제 지역이 마음을 모아 아이들에게 불안함보다 맘 놓고 훈련에 매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책임과 의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또한 백년지대계의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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