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밭들 11

  밤마다 풀벌레 우는 소리 갈수록 여물어 간다 성급한 오동잎 뚝뚝 지는 소리에 사람 발자국 소리인가 싶어 귀를 세운다 칼날 같은 햇살에 밥 짓던 후박나무도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긴 열매에서 비타민제 알 같은 씨앗 울컥울컥 토해낸다 산의 옷 빛 바래지고 별빛 또렷해진다 앉은 자리에 그대로 꽂혀 있다는 것은 따분하다 내 안에서도 겨울 채비해야 하겠다 정년퇴직 후 텃밭에 가꾼 배추 무 알타리로 김장하고 詩를 써 봄을 불러야 하겠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아직도 재난의 응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웃 안타깝다 ‘우순풍조雨順風調 민안락民安樂’ 잊을 수 없다 하여, 함부로 자연 허물고 더럽히면 그 메아리 우리의 생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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