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밭들 12
사십여 년 전 옆집 친구 말순이 엉덩이는
종가댁 김장배추 절이던 고무 다라이만 했고
젖무덤은 돌담 위에 얹혀 있는 누런 호박보다 크고
밥이다 빨래다 농사일이다 못하는 게 없어
부잣집 맏며느릿감이라고
산 넘어 읍내까지 소문이 자자하던,
사춘기 갓 지난 놈들까지
얼굴 파묻어보고 싶다며 입씨름하고
연애질했다는 소문만 나면 혼삿길 막힌다고
장 구경 한번 못하던,
십이 인치 나팔바지에 쫄티 유행이던 시절
젖싸개 속에 목화솜 빵빵하게 넣고 뽐내며
신작로 오르내리던 친구들 먼발치서 구경만 하던,
불알 두 쪽밖에 없는 노총각한테 시집가서
죽도록 화전 일궈 농사일만 한다는,
가려워 못 견디면 밭이랑 타고 앉아
젖무덤 무릎 위에 얹고
등이며 겨드랑이며 허벅지며 사타구니까지
제 살 긁듯 긁어주며 피워 올린 먼지로
화장하며 살았다는,
지금껏 청상과부로
동동 구루모 한번 찍어 발라보지 못하고
생산 능력 중단되었다는,
안원찬
tns.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