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젖에 대한 단상 / 안원찬
염소젖에 대한 단상 / 안원찬
-긴밭들 13
  • 더뉴스24
  • 승인 2020.11.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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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기 없는 풀의 새싹 상추 콩잎 고구마줄기 주고 가끔 특식으로 소나무 가지 쳐다 준다 겨울엔 볏짚 고춧대 시래기 콩깍지 쌀겨 챙겨주며 친근해진 뿔 없고 수염 없는 두 살짜리 얌생이가 새끼 두 마리 낳고 젖을 생산한다 저녁나절이면 젖꼭지에 찌그러진 주전자 들이대고 엄지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 순으로 차례차례 오므렸다 폈다 하며 젖 짤 때마다 네굽질 한 번 한 적 없는 순덕이 등굣길 개울가 풀밭에 묶어놓으면 사라질 때까지 고개 돌릴 줄 모르는 순덕이 성깔머리는 급격해도 젖 먹이기에 길든 아이가 울면 알아듣고 찾아와 젖 물리게 하던 순덕이 온종일 되새김질하며 눈 빠지게 기다리다 잔뜩 꼬부라진 허기에 짓눌린 시오리 하굣길 쑤욱 기어 들어간 눈 눈에 띄기 무섭게 목청 떨며 불러대기 시작한다 똘똘 말린 고삐 풀어 개울로 데려간다 팅팅 불어 시뻘겋게 성난 젖통 비집으며 어기적어기적 걷는 순덕이 물 마사지해준다 구름 손처럼 부드럽고 섬세하게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붉게 달아오른 볼망둥이 뒤로한 채 애무하듯 젖몸살 풀어주며 몇 차례 젖을 쭉쭉 짜준다 물살 가르는 허연 젖 줄기에 피라미들 몰려온다 고통스럽던 젖통에 성질 급해도 싫지 않은 모양이다 모래밭에 돌멩이 베고 누워 한 아름 젖통 부여잡고 짜릿한 전율 배제하며 젖꼭지 오지게 빨아 금세 남산만 해진다 눈꺼풀 사르르 덮일 때도 있다 때론 순덕이의 젖통은 나의 밥통이었다 하여, 하매 승질머리 염소 닮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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