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더듬는 빛이 술병 조각에 베인 채
자욱한 안개 짊어지고
절룩거리며 되돌아가는 것은
현세의 마지막 연출이다
각자의 시나리오에 의해
스스로 연출하며 닿는 곳곳마다
전부가 무대이어도
배우인지
연출인지
관객인지 모르고 사는 삶은 허송세월이다
차라리 벙어리같이
소경같이 귀머거리같이 살면
검은 안개 이고 가던
하얀 안개 이고 가던
가도 가도 그 자리
이르고 이르러도 그 자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 자리다
그대로 보라
무상무념無想無念 무념무상無念無償으로 살라
마른하늘 불러 비 내리게 하는
날마다 좋은 날이다

저작권자 © 더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