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위에 흩어져 있는 파편들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
톡톡 튀어나와 종알종알 모니터를 점령한다

제멋대로 엉켜 있는 놈들에게 구령 부친다
‘백 미터 전방 축구 골대 돌고 와 일렬종대로 섯’

열 명씩 끊어 끝까지 뺑뺑이 돌리는 선착순

원고지 칸칸이 감옥이다
수없이 감옥을 들락거리는 파편들
원고지 속에서 머리 짓찧으며
오랜 불면의 밤을 밝히고
직병렬로 짜깁기된 문장들
줄지어 나온다

파편들이여
외롭다 하지 말고
육경六境과 천년만년 동고동락하라
시도 때도 없이 짜깁기 당하며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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