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둥과 번개의 스틱으로
땅바닥 신나게 난타하는 빗줄기의 드럼 소리
매일 밤 시원하게 꿈을 적신다
하지만 눈뜨면 하늘은 요지부동
달도 별도 마른 이야기꽃만 재잘재잘 피워댄다
주물공장 용광로처럼 온 세상 지글지글 끓는다
땅속 어미 거북
새끼들 죄다 밖으로 내보냈는가
논배미마다 다닥다닥 엎드려 있다

2
여우비라도 줄금줄금 내리면 좋겠다
메마른 지갑에도 내리면 좋겠다
메마른 가슴에도 내리면 좋겠다
메마른 블로그에도 내리면 좋겠다
치솟은 채솟값도 내리면 좋겠다
개미들 이사하고 청개구리들 끌끌 끌끌 울어
비구름 몰고 오면 좋겠다
오랫동안 침묵했던 비
가락국수처럼 내리 쏟아지면 좋겠다
육중한 소리 내며 지상을 강타하면 좋겠다
논바닥에 엎드려 있던 거북이 새끼들
공포에 질려 까무러치더라도,
가뭄 속에 쑤셔 박혀 있는 가뭄
끄집어내어 물속에 꾹 처박으면 좋겠다
나무젓가락처럼 마른 봇도랑에 앉아
콩닥콩닥 가슴 조이며 마른 숨 내쉬는 농부
입술부터 촉촉 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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