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끊고 지내던 여인, 어느 날 불쑥 찾아와
살가운 측근 되어달라며 끈질기게 졸라댄다
바깥일은 고사하고 밥맛조차 앗아가고
저만 챙겨달라 보채고 앙탈 부린다
잊을 만하면 찾아와 생활 흩트려 놓는
그녀의 강짜 날이 갈수록 드세어진다
콧물이 내를 이루고 그렁그렁 가래 끓고
눈알 튀어나올 듯 토해내는 기침
삼백육십 개 뼈마디가 아근바근
일백삼십억 개 신경세포 육백오십 개 근육
동침으로 찔러대듯 콕콕 쑤셔댄다
그녀 앞에 간절한 심정으로 무릎 꿇고
생업까지 중단해서야 되겠냐고
아무리 사정해도 콧방귀도 안 뀌던 그녀
한 달포 내 생의 멱살 잡고 마구 흔들어대더니
어느 날 홀연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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