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마시지 않으면 속이 거꾸로 선다
이슬 맺힌 파란 병 없으면 죽는 날
텅 빈 냉장고 채우라는 메시지가 뜬다
어김없이 방앗간에 들려 숨겨온 이슬이
슬그머니 밥 말아 게눈감추듯 먹어 치운다
어쩌다 매실 오이 레몬 섞어보지만
생소주의 그 맛만큼 따라잡을 수 없다
아내에게 늘 건네는 틀에 박힌 말
난 여자 없이는 살아도 술 없이는 못 살아
술잔 놓는 날이면 저승사자 따라가는 날
달콤하면 쓰고 쓰면 달콤한 생소주
밴댕이젓에 삭혀진 짠지처럼 감칠맛 난다
내 생에 달라질 일 있다면 술 끊는 일
취기로 시 쓰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오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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