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터미널 건너편 청자 다방
첫차보다 빨리 깨어나
홀로 뻘겋게 달아 있는 십구공탄 난로
밤새도록 움츠리고 누웠던 텅 빈 공간 달래며
모닝커피 모락모락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내복 없이 맨발로 뛰었던 옛 시절 떠올려
녹슨 시간 걸레질하려
꼭두새벽 동동 구루모에 분칠하고
빨간 뾰족구두에 고무줄 몸빼바지
문 틈새 비집는 바람에
펄럭거리는 가랑이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말이면 외출 나온 군인
죄다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입에 힘주고 이마에
주름잡던 변두리 허름한 다방까지
레지의 눈총 따갑게 엽차로 버티면서
조물딱거리며 헛소리 읊어댔던 그곳은
지금도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을까

함석지붕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
조금씩 길어지는 낡은 고독의 기억들 모두
꽁꽁 얼어붙은 저녁나절 지나서도
이야깃거리 가득 찬 색바랜 양은 주전자
시름없이 보글보글 끓고 있을까
뿌연 창 쓸고 가는 막차 떠나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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