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고 주관적인 홍천읍지 이야기19

조선시대 홍천에서 누리는 즐거움이 8가지 있다고 했다. 한송재(寒松齋) 김기도(1780~1863) 선생이 말한 화산팔경((花山八景)이다. 화산은 신라시대 홍천의 옛이름이다. 화산팔경 중 1경이 한교보월(漢橋步月)이다. 한교에서 달과 함께 거니는 즐거움을 말한다. 한교는 지금의 홍천교자리에 있던 다리다.

한교는 홍천읍지 중 『여지도서』에 처음 등장한다. 『여지도서』에 남소천과 남대천에 각각 학교와 한교가 있다고 적었다,

‘남소천. 현의 남쪽 1리 쯤에 학교가 있다. 남대천. 현의 서남쪽 5리쯤에 한교가 있다. 南小川 在縣南一里許 鶴橋. 南大川 在縣西南間五里許 漢橋‘ 『여지도서』가 편찬된 1757년 ~1765년 당시에는 홍천강이라는 지명 대신 남천을 썼다. 남소천은 지금은 복개되어 보이지 않는 마지기천이고, 남대천은 지금의 홍천강이다.

홍천읍지에 처음 등장하는 교량은 학교(鶴橋), 일명 학다리다. 1530년에 편찬한 『신증동국여지승람』 교량 항목에 학교에 관한 짧은 기록이 남아있다.

‘鶴橋 見羽嶺. 학교. 우령이 보인다.’

1872년 제작된 홍천현 지도에 한진교(漢津橋)와 우령(羽嶺)이 보인다. 한진교는 한교의 또다른 이름이다.
현재 홍천교 자리다.

지금은 홍천읍 희망리 ‘33 떡볶이’ 바로 옆에 학(鶴)다리의 유래를 설명하는 표지판과 조형물로 남아있다. 학교는 홍천읍지만으로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다리다. 우령(羽嶺)은 학이 날아가다 깃털을 떨어트렸다는 봉우리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산천 항목에 우령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우령은 현의 남쪽 5리에 있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학이 객관 남쪽 다리에 모였다가 산봉우리를 날아 넘어가다 깃털을 떨어트렸다는 데서 유래한 옛 이름이다. 羽嶺 在縣南五里 諺傳 有鶴來集客館南橋 飛過此嶺 羽毛零落 故名.’

동면 성수동에 있는 고개로 일명 짓고개 혹은 깃고개라고도 부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된 지 120여 년이 흐른 뒤 편찬한 『동국여지지』에서는 학교의 위치만을 간략하게 기록했다. 교량(橋梁) 대신 관량(關梁)으로 적었다.

‘학교는 객관 남쪽에 있다. 鶴橋 在客館南.’

또다른 다리가 등장하는 홍천읍지는 1871년에 편찬된 『관동읍지』다.

‘학교는 현의 남쪽 1리에 있다. 우령이 보인다. 한교는 현의 남쪽 5리에 있다. 범파정교는 현의 동쪽 3리에 있다. 鶴橋 在縣南一里 事見羽嶺. 漢橋 在縣南五里. 泛波亭橋 在縣東三里.’

범파정다리가 새롭게 등장한다. 범파정은 1547년 3월 24일 부임해 1551년 2월 13일 병환으로 홍천 현감에서 물러난 노연령이 지었다. 현의 동쪽 2리에 8칸으로 지었다고 한다.

지은 지 100여 년이 흐른 1658년 원만춘(1658. 2. 20 ~ 1661. 3. 11) 현감이 13칸으로 중수(重修) 했고. 중수한 지 170여 년 후인 1829년 한여(1825. 1. 9 ~ 1829. 6. 24) 현감이 개건(改建) 했다. 범파정 앞에 새롭게 다리가 놓인 것이다.

큰 변화 없던 홍천강 다리는 일제강점기 편찬된 『강원도지』에 새로운 다리가 등장한다. 서곡교다.

‘홍천교는 홍천면 금화충주선에 있다. 서곡교는 서석면 홍천양양선에 있다. 洪川橋 在洪川面 金化忠州線. 瑞谷橋 在瑞石面 洪川襄陽線.’

동서남북으로 도로가 뚫리면서 다리를 놓았다. 홍천교는 지금은 북한에 속해있는 금화군과 중추를 잇는 금화충주선의 일부였다. 서곡교는 홍천과 양양을 연결하는 홍천 양양선의 일부였다고 적었다. 서석면에 있다 했으나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홍천읍지에는 학교, 한교, 범파정교, 서곡교 등 총 4개의 다리만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400리 홍천강에 단지 4개의 다리만 있지는 않았다. ‘상대적인고 주관적인 홍천읍지 이야기 9편’에 적은 이른바 한교료강(旱橋潦舡)이다. 가물면 다리를 놓고, 큰 비 오면 배를 띄웠다. 홍천읍지에 기록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이름없는 섶다리와 나룻배가 마을과 마을을, 사람과 사람을 이었다.

2021년 현재 ‘Daum’에서 제공하는 지도에 홍천강의 다리는 2018년 10월 24일 개통한 희망리와 연봉리를 잇는 연희교를 포함해 26개의 다리가 있다.

글 백승호(벌력 콘텐츠 연구소 대표)

서석면 서곡교 이야기를 아시는 독자가 계시면 ‘beollyeog@gmail.com’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자(漢字)를 옮겨 적었기에 오자나 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역이나 틀린 부분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확인 후 바로잡겠습니다. 다른 곳에 옮기실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beollyeog@gmail.com

저작권자 © 더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