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 서면 팔봉리는 팔봉산 아래에 위치한 마을이므로 팔봉리라고 하고, 또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검시리, 구예기, 도룡골, 두멍안, 당골, 오도재, 큰말, 쇠판이 등 8개 마을을 병합하여 팔봉리라고 하였다고 한다.

팔봉리는 팔봉1리 참살이 마을과 팔봉2리 청삼골 돌배마을로 나누어지며 남면 화전리로 넘어가는 고개를 오도치(재)라고 하며 고개 밑의 마을을 오도치 마을이라고 한다. 현재 오도재는 매봉산 군사훈련장 관계로 군사보호시설로 정해져 고개정상부터는 통제되어 있다.

전국에는 오도치라고 하는 지명이 4-5군데 있는데 한자는 약간씩 다르며, 이곳의 오도치는 나오(吾)자, 길/이치/근원 도(道)자, 고개/언덕 치(峙)자로 ‘나 스스로 이치를 깨우친다’고 해석하고 있다.

오도치에서 시작되어 홍천강으로 유입되는 하천을 오도치 개울이라고 하며, 오도치 개울에는 귀영소라는 웅덩이가 있다. 오도치 마을 끝에는 10여 년 전부터 이곳에 자리 잡은 팔봉산 천태사라고 하는 관음보살상을 모신 사찰이 있는데 그 곳의 스님과 보살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귀영소에 관한 유래를 들을 수 있었다.

(*홍천 수타사 산소길을 걷다보면 귕소라는 안내판이 있는데 ‘귕소’라는 말은 아름드리 통나무를 파서 만든 소의 여물통을 ‘귕’이라고도 한다. ‘귕’과 같이 좁고 길게 생긴 암석계곡의 웅덩이를 일반적으로 귕소라고 하며 홍천 동면 덕치리 수타사 주변의 산소길에 있는 귕소라는 곳도 이곳과 동일한 지형이며 귀영소와 귕소는 동일한 의미이다.)

귀영소는 천태사로 건너가는 조그마한 다리상류에 있는 좁은 웅덩이다.

폭은 1-2미터정도이며, 높이 1-2미터 정도의 폭포형태가 있는데 용소폭포라고도 한다. 용소폭포는 좌·우측이 크지 않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스님에 의하면 이곳은 음과 양기를 가지고 있는 지형이며 폭포 밑의 웅덩이 깊이는 3미터 정도였으나, 사찰 건립당시 안전사고를 위하여 돌로 메워져 현재는 1.5미터 정도로 깊이를 낮추었다고 한다.

그 웅덩이에서부터 하류로 50여 미터까지가 1개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곳의 정취는 사계절 다르며 수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주변의 바위가 물속에 비친 모습이 남녀의 생식기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음양을 동시에 갖추었다고 한다.

현재 도로에는 환경보호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철조망으로 진입을 막아 놓고 있으며 사찰 진입로를 통해 좌측 돌계단으로만 진입할 수 있다.

한편, 귀영소와 관련된 유래를 듣다가 처음 들어보는 홍천 오도치 도루묵의 전설을 접하게 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들어 본 도루묵의 전설은 임진왜란 당시 피난 중이던 선조임금이 배가 고파 어떤 물고기를 먹게 되었는데 아주 맛이 있어서 은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고 일부에서는 임금에게 충성을 하였다하여 충미어(忠美魚) 라고도 한다. 전쟁이 끝나고 선조임금은 그 맛이 그리워 은어를 가져오게 하였는데 맛이 예전 같지 않아 도루 가져가라고 하여 도루묵이라고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곳 오도치 도루묵의 전설은 좀 다르다. 천태사 스님이 이곳에 사찰을 창건하시기 전에 경상도의 큰스님으로부터 들은 도루묵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옛날 옛적에 도력이 높은 박 장군이 팔봉고개 근처에 살았는데 홍천은 예로부터 참나무가 많아 마을 사람들이 박 장군께 도토리묵을 만들어 대접하고는 했다.

하루는 박 장군이 마을사람들을 위해 도토리묵을 황금으로 만들어 주려고 하였다. 그런데 귀영소에 살던 이무기가 박 장군한테만 도토리묵을 올리는 것을 시샘하여 박 장군이 만들어 놓은 황금을 도토리묵으로 도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하여 마을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박 장군과 이무기는 도토리묵을 사이에 놓고 법력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박 장군이 도토리묵을 황금으로 바꾸어 놓으면 이무기가

그 황금을 도로 도토리묵으로 바꾸기를 수차례, 하늘에 천둥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몰아쳐 마을사람들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모두 피신하여 마을로 숨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마을사람들이 다시 그곳에 갔을 때 황금은 없고 도토리묵만 있었다. 금덩이가 도토리묵으로 바뀐 모습을 보고 마을사람들이 실망하여 “금덩이가 도루 묵이 되었네” 라고 한탄하였다는 전설이다.

*이 유래와 전설은 확인된 사실은 아니며, 홍천군 문화관광안내사협회에서 지역학연구 「이야기로 보는 홍천」책자 준비를 위해 서면 팔봉리 현지 탐방 중 전해들은 이야기와 문헌을 종합한 것이다.

한편, 서면 팔봉2리 청삼골 돌배마을회관에서부터 오도치(고개) 정상까지 왕복하는 트레킹 코스도 계절에 따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코스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