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 안원찬

- 긴밭들 2

2020-09-02     안원찬

마당은 풀들이 점령하고 있다

봉당에 누워 있는 왜낫 달빛을 베고 있고

헛간에 걸려 있는 호미는 허공을 매고 있다

마루에 볕이 들어와 머물다 가고

눈보라가 들어와 울다 가고

뒷마루에는 밤나무 그늘 들어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