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머리에 서 있는 미루나무가 달리기한다
몸을 뒤집고 팔다리 흔들며
짧아진 바지 입고 팔라당팔라당 달린다
새참 내올 때 잠깐 지나가는 비에
베잠방이 살짝 적시어
연한 속 살결 밖으로 얼비치는 마누라
별안간 미루나무 밑으로 끌고 가
일 저지른 바람에 태어난 녀석
논배미의 가생이에서 만들었다
해서 전두(田頭)라 이름 지어 불린다
미루나무 닮아 무럭무럭 자라 바지 짧아지고
코밑 턱주가리 꺼뭇꺼뭇해진 녀석
돈 벌러 서울 가서
공장에 취직했다는 소문 꺼지기도 전에
고무대야처럼 엉덩이 크고 넙데데한 처녀
꼬드기어 데리고 왔다 여름내 들에 나가 노닥거리다
해거름 짊어지고 들어서더니
그예 그 미루나무 아래에서 사고 쳤다나 어쨌다나
어찌 그리 애비 쏙 빼닮았느냐고
손자도 논두렁이 본적이냐고 소문 파다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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