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교배(同種交配)패거리 정치문화병폐는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따로 없다.

동종교배(同種交配)라는 말은 같은 종끼리 수정 또는 수분을 한다는 유전학 용어다. 동종 교배를 반복하면 결국, 환경 변화에 취약해진다. 서로 다른 유전 형질을 갖고 있는 종들이 만나야, 즉 이종교배가 되어야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는 면역력이 생기고 경쟁력이 증강되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사람은 어떨까? 역사적으로 봉건왕조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왕실 친·인척 간 통혼, 즉 근친 결혼이다. 조선 왕조시대에도 이런 일이 잦아 왕이 건강하지 못하고 단명했다. 그래서 나라가 불안정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근친교배는 열등유전자를 낳는 원인임을 알기 때문에 원시부족사회뿐만 아니라 문명세계에서도 근친혼은 강한 금기 중 하나다.

학문세계에서도 순혈주의와 동종교배는 많은 폐단이 드러나고 있음이 역사적 교훈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순혈주의는 내부의 담합과 폐쇄주의, 그리고 봉건적 위계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정치조직도 마찬가지다. 동종교배는 요즘 말로 ‘끼리끼리’와 통한다. 학연이나 지연, 혈연을 따라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들끼리는 즐거울지 몰라도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역겨울 수 있다. ‘끼리끼리’는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소외되는 계층은 자연적으로 안티세력이 된다. 그래서 하는 일마다 잘못된 부분만 보인다. 그래서 상생의 발판이 무너진다. 듣기 싫은 쓴 소리를 할 수 없는 구조로서 이질적인 생각이나 의견은 여지없이 무시되거나 배타당하기 때문이다. 아부와 충성경쟁만이 난무하는 분위기속에서 이른바 '옳고 그름'은 없고 ‘네 편’ ‘내 편’만이 존재하면, 인민재판식 저격만이 칼 춤을 춘다. 그래서 팬덤정치가 생겼고 그것으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편견에 갇힌 외눈박이들이 국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정부 집권 초기부터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 지방정부, 즉 선출 직 지방행정기관이나 의회기관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권력과 책임을 맡은 공직자는 낯선 사람도 만나봐야 한다. 쓴 소리도 들어야 한다. 특히 중요직책에서 힘센 권력의 자리에 있는 공직자는 듣기거북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꺼려서는 안 된다. 선거 때 내세웠던 애민정신과 사명감이 진실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도전 없이, 평가 없이, 편안한 길만 찾다 보면 어느새 체질이 약해져서 호미로 막을 문제가 포크레인으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연ㆍ지연ㆍ혈연을 토대로 패쇄적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동종교배다. 정치나 사회나 남의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폐쇄된 사회는 쇠퇴하기 마련이다. 한 목소리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나 사회가 겉으로는 단단해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외부적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창의적인 시각과 청각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얽히고설킬 때 경쟁력이 강한 잡종강세 사회가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가 강한 것도 바로 이러한 ‘잡종강세현상’ 때문이다.

먼바다에서 잡은 활어들 가운데, 스트레스가 되는 메기를 함께 넣어서 운반하면 모든 고기들이 활력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살아서 도착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메기라고 생각되는 언론사나 비판 세력도 끌어 안아야 한다. 훌륭한 어부는 일부러라도 물고기 운반통에 싸움꾼 메기를 넣는다.

막대한 권력과 예산집행권이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결코 어부들보다 못한 지혜를 가지고 국정이나 군정을 책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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