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 / 안원찬
도다리 / 안원찬
―죽변항 5
  • 더뉴스24
  • 승인 2022.09.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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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수압으로 납작해진 몸통
두 눈 오른쪽으로 밀려나고 입마저 작아진,
대형 고무다라이 속에서 숨죽여 사는 동안|
검은 사자(使者) 찾아올 때마다
눈 깜박이지 않고 죽음 똑바로 쳐다보며 숨 막히던 불안
느닷없이 끌려 나와
소쿠리에 담기자마자 눈 튀어나온,
도마 위 살기등등한 칼 보고
퍼덕이며 아가미 벌룽거려보지만
대가리 한 방 얻어맞고
꽁지 대가리 잘리고 속까지 내어준,
몸통, 벗지 않을 수 없는
탈피기 위에 얹혀 단번에 홀라당 벗겨진,

평생 수산시장에 좌판 펼쳐놓고
절퍼덕 절퍼덕 밑바닥 기며 살아온 고단한 할머니
고스란히 담겨있는 하얀 접시 위에서
꼬리 흔들며 자꾸만 내게 술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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