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기술 후문 먹자빌딩 입구
색 바랜 플라스틱 의자 하나 있다
도대체 몇 번이나 가출했기에
쇠사슬에 묶이고 자물쇠에 물렸을까
빌딩을 빠져나온 취객들이
심심풀이 삼아 발로 걷어차고 지나가도
표정 한번 바꿀 줄 모르는 사내
권태에 찌든 얼굴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도
엉덩이만 올려놓으면
반가운 듯 삐걱거리는 사내
밤이 깊어도 그에게는 안식의 자유가 없다
언젠가는 달아날 날 있겠지 하면서도
태연함을 가장한 채 무뚝뚝하게 서서
꼼짝달싹하지 않는 다 늙은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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