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젖어 망나니 되어 돌아온 남편
만정이 떨어져 내치고 싶다가도
다음날 아침 나 아니면 누가 저 속 풀어줄까
살 맞대고 살아온 알량한 정 하나로
술국 끓여주는 날

통북어 봉당 댓돌에 올려놓고
한바탕 요란하게 욕지거리 퍼부어대며
방망이로 신나게 두들겨 팬다

퍼지고 일그러진 몸통
쫙쫙 찢어 냄비에 넣어 우리고 또 우려낸다

혹취 내뿜는 납빛 얼굴로
설설 끓는 북엇국
덜덜 떨며 떠먹는 손 바라보노라면
괜스레 콧등 시려 오면서
평생 남의 편만 들어온 남편
슬그머니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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