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엔 아직 달동네가 있다네
바다에 나간 가장보다도
달이 먼저 찾아와
마당을 환히 비추는 동네
한낮은 무덤처럼 고요하다가도
밤에 들수록 분주하게 소란이 반짝이는 마을
비탈에 꼬막들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키 작은 집들이
가까스로 몸 비틀어 만든 골목에 들어서면
비린 냄새의 그물이 온몸을 감아온다네
며칠 유숙하며 정 붙이다 보면
나도 어느새 풍경의 하나가 되는 마을
파도소리에 깨어나
파도소리 덮고 잠드는 마을

저작권자 © 더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