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들어온 꽃다발을 해체한다
끽해야 하루밖에 계속되지 않을 꽃묶음 풀어헤쳐
바닥에 내려놓자 꽃내음 하나둘 팔라당팔라당
공중으로 길 내며 나를 내려다본다
허리 잘린 아픔 참아온 시름의 꽃들
화병 속에서도 사흘밖에 살아나지 못할 꽃들을 위해
수명 연장제 한 봉지 털어 넣는다
고수버들 사이사이 노란 프리지어와 붉은 장미
구색 맞추어 꽂고 꽃병 둘레에 안개꽃 꽂는다
밖에는 눈이 몰아치거나 말거나
거실에는 이내 그윽한 봄 향기 가득하다
며칠간 눈부시게 아름답고 매운 향취 뿜어주던
지극히 순박한 꽃들의 안식처
이레 되던 날 아침 속을 텅 비우고 말았다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것인가
아니면 무슨 할 말이라고 있는 것인가
지는 모습에서 깨끗함과 추함의 구별이 완연하다
살아도 힘 죽어도 힘이 필요한 걸까
이울다 이울다 사라지는 모습 세월에 먹히는
거울 속 나를 닮았다 벌 나비 떠났다고 슬퍼할 일
아니다 마음 비운 화병 탓하지 말라
그래도 물 한 병 오지게 빨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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