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찬

퇴비 된 똥 다시 먹거리 키우던 시절
시집살이하던 어머니거적때기 젖히고 허리 굽혀 들어가
근심 풀고 나오던 뒷간처럼
해탈은 아니어도 새처럼 가볍게
몸과 마음 비우고 나오던 해우소
근심 한 덩어리 철퍼덕 바닥에 떨어진다
저 근심은 몸보다 먼저 마음이 키워낸 것
오늘 나는 해우소에 앉아
욕망과 근심 사이의 함수관계를 개관한다
방구석에 처박혀 피운 게으름과
술 퍼먹으며 함부로 다룬 몸이
근심을 낳고 키워왔던 것
그러나 놀라워라, 근심이
밭으로 돌아가 풋것들의 밥이 된다는 사실
해우소에 앉아 근심을 비우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근심은 밭으로 가서 땅에 근력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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