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불망비를 애민선정비로..서체도 바꿔

홍천군 영귀미면 좌운리 보건진료소 앞에 있는 김영진 전 홍천군수 영세불망비가 크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영진 군수 永世不忘碑(영세불망비)는(광무 10년)1907년에 영귀미면과, 남면, 두촌면에 세워져 115년이나 되는 공덕비로 100여년 전 자료나 향토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비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영진 군수의 공덕비는 3개가 세워져 있었으며, 이중남면 명덕초등학교에 있던 영세불망비(비갈, 철비)는 1996년~2007년 사이에 유실됐지만, 현재 두촌면 철정초등학교(폐)에 있는 애민선정비(1907년, 비갈, 석비)와 영귀미면의 불망비 등 2개가 남아있다.

         왼쪽) 115년전에 세워진 김영진 전 군수의 영세불망비,   오른쪽) 지난해 애민선정비로 바꾼 공덕비
         왼쪽) 115년전에 세워진 김영진 전 군수의 영세불망비,   오른쪽) 지난해 애민선정비로 바꾼 공덕비

그러나 지난해 주민들의 요구로 영귀미면 예산을 들여 좌운리 보건진료소 앞에 있던 ‘行(행) 郡守(군수) 金公(김공) 榮鎭(영진) 永世不忘碑(영세불망비) 전면을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새롭게 문구를 새겨넣었다.

특히, 원문인 김영진 군수 ‘永世不忘碑(영세불망비)’ 대신 ‘愛民善政碑(애민선정비)’로 본 내용을 바꾸고, 서체도 원문에 있던 개인이 쓴 서체가 아닌, 요즘 인터넷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반 대중 서체로 변경해, 향토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떨어트렸다.

군민을 위해 치적을 쌓고 선정을 베푼 관리에게 그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공덕비는, 영세불망비는 치적(治績)을, 애민선정비는 선정(善政)을 베풀었다는 것으로 그 뜻이 다르다.

                                   뒷면, 왼쪽의 기존 서체에 비해 원형이 달라진 서체
                                   뒷면, 왼쪽의 기존 서체에 비해 원형이 달라진 서체

또한, 뒷면 ‘詠歸美面(영귀미면) 光武(광무)十年(십년) 三月(삼월) 日(일)立(입) ’은 검은색으로 글씨를 채색, 서체와 원형이 달라졌다.

비석이 오래돼 글씨가 희미해져 알아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홍천의 향토문화를 연구하는 A씨는 “글씨가 안 보이면 차라리 공덕비 옆에 안내문을 세우고 그대로 보존하면 향후에 그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는데, 이렇게 훼손해 놓은 것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김영진 군수의 영세불망비가 홍천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홍천군의 유적과도 같은 자료를 지금의 입맛에 맞게 무분별하게 훼손해서는 안된다”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공덕비 훼손을 확인한 홍천군 담당직원은 “영세불망비가 향토문화유산에 지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마을에서 요구한다 해도 관에서 해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공덕비를 원형 그대로 보존했으면 마을의 자산으로 남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더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