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라, 유권자가 보고 있다

동창모임에서 금기시되는 이야기 두가지가 있다. 종교이야기와 정치이야기다. 그 주제는 대화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싸움이 되고, 좋아야 할 분위기가 험악해 지며 종국에는 앙금만 남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아도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것이 인간의 성향인데, 정치와 종교문제는 그 성향이 특히나 심하다. 정도가 더 심해지면, 보고싶지 않은 것은 절대로 내 눈에 안보여야만 하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은 절대로 내 귀에 안 들려야 만 하는 신경과민성 거부반응 때문이다.

더구나 자기 집단에 돈이나 자리 같은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사람은 자기 진영의 주장이 목숨과도 같다. 나라전체나 국민전체가 더 잘살고 못사는 것은 두번째다. 내 자리 뺏기지 않고, 저 권력 내가 차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들에게는 그게 직장이고 사업이며, 삶의 기반이기 때문에 일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기에 진영을 막론하고 자기에게 불리한 소식은 우선 가짜뉴스라는 딱지를 붙이고 본다. 설명은 나중이고 우선 차단막을 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전술적 판단을 한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이해관계가 같은 것은 여야간에 한 밤중에도 합일이 되지만, 서로 대립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대화나 타협이 될 리 만무하다.

더구나 강성지지자들에게는 합리성보다는 공격성이 더 인기가 있으니 그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오늘 정치판의 진면목이다.

소통보다는 어기 짱 잘하는 것이 정치능력으로 평가 받는다. 사이다 발언이 유혹 받는 이유다. 예컨대 팩트 수준의 이야기를 할 때는 서로간 차분하게 사실확인을 해야 마땅한 국면임에도, 감정 수준의 말폭탄으로 응수한다. 그러면 또 의미수준의 이야기로 장군 멍군을 하고 있다. 그러니 대화와 소통이 되겠는가?

더구나 유트브와 같은 SNS의 알고리즘은 구독자가 자주 접하는 성향과 구미에 맞는 것들만 모아서 맞춤형으로 띄워준다. 그 것도 일종의 상술이고 전략인 것을 모르는 구독자는 더 확증 편향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반대성향의 소식은 접할 기회조차 차단되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이 보는 것은 온전히 객관적일 수 없다. 어떤 대상을 본다는 것은 그 대상을 직접보는 것이 아니다. 대상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와 망막에 투영된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본다. 이에 더해서 기존의 안착된 선입견의 틀로 걸러서 인식한다. 머리안에 갇혀 있는 뇌는 이렇게 바깥세상의 모습을 자기식으로 재구성한 것을 보는 것이다.

자신의 시각이나 기존 견해의 틀이 흠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하게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주관을 객관으로 좌표이동하기 어렵다. 그리기 때문에 싸움에 매몰되어 있는 동안에는 그 싸움이 끝나고 닥칠 상황에 대한 이성적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흙탕물속에서 자기 모습을 볼 수 없고, 상황판단이 어렵다는 얘기다.

후쿠시마 오염수문제는 이제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렇다면 결국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결과가 어떻게 되든,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완도미역을 비롯한 해조류는 우리나라가 1등이다. 그런데 수산물은 일본이 1등이었다. 우리는 후쿠시마 이슈를 이용해서 수산물마저도 우리나라가 1등을 차지할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위기속에서 기회를 보는 안목이다. 묻지 마 오기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마련에 눈을 돌려주기 바란다.

서울 양평고속도로 문제도 결국은 어떤 것이 국민 편익에 더 기여하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국민 입장에서는 더 중요하다. 양평과 인접한 홍천은 더 그렇다. 누가 이기냐 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자들에게만 더 중요할 뿐이다. 정치인이 자기 이해관계가 있다면, 유권자인 우리에게도 자기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는 중대선거구 제도를 조심스럽게 연구해볼 때가 됐다. 같은 지역의 이해관계라면 여야간에도 대치가 협치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악영향도 함께 검토하면서 말이다.

이제 유권자들도 깨어나야 한다. 우리의 이해관계가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묻히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 국민의 민도 이상으로 정치발전이 이룩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긴다.

이제 총선이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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