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귀한 것은 그것이 없어졌을 때 알 수 있어요. 평상시 당연한 것이라 여겨 보지 못했던 필요가치가 그제서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스치는 고마움만 고마운 줄 알았지요. 필요에 의한 가치보다 교환가치만을 더 소중하게 여겼지요.

교환가치는 희소가치가 있어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요? 산소나 물은 무한이 많기 때문이라고요? 그렇다면 무한히 많지 않은 가족에겐 왜 그 가치에 감사하지 못했습니까?

매일매일 함께 생활하고 고민도 함께 하면서 가족 생계의 수단이 되는 일터와 동료와 상사보다 졸업한지 수십년 된 동창을 더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나요? 물론 소중하지 요만, 엄밀히 따져 그들이 우리 가족을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무한 책임보다 더 진한 자식사랑으로 초라하게 늙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보다 그저 스치는 사람의 약간의 호의에 더 감사하지는 않았나요? 내 이웃의 아픔보다 드라마 속에 비친 배우의 아픔을 더 안타까워하지 않았나요?

진실로 고마운 것은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대상들입니다. 집값과 금값이 변하는 것처럼 교화가치는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나 우리 생존과 관련된 필요가치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동안 변할 수 없는 거지요. 물, 공기, 밥, 채소, 불, 식기, 수저, 부모형제…….

더 나아가 인간의 차원을 뛰어넘는 안목으로 바라본다면,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이 땅과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와 바다와 산 등, 신묘막측(神妙幕測)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삶의 조건들이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우연히 저절로 생겨났다는 사실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임을 생각하면 더욱 더 그것의 소중함과 그것을 있게 한 질서가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그 소중한 대상들이 우리에게 거의 무상으로 주어지고 있는 현실을 전율하며 느껴 보신 경험이 있으신 가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누려 보신적이 있으신 가요? 감탄하고 감사하는 마음에 비례해서 우리가 느끼는 행복지수는 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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