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하늘에 별들이 또렷하고 앞산이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다 무덤이 훤하게 빛나고,
베란다 창고에서 제상과 제기가 들어오고
장롱 위에서 잠자던 병풍이 내려온다
분주하게 준비한 제물이 진설되고 현관문 열어놓자
지게질 쟁기질 호미질 낫질밖에 몰랐던 조상
하얀 두루마기 입고 들어온다
아파트 거실이 생소한지 주저주저하다가 마침내
자리 잡고 앉으며 아이고
시골집 갔다가 이사 온 집 찾느라 애먹었단다
강신하자 제상 머리에 앉는다
참신하고 축문 고하고 첨작하는 동안
술로 목축이고 식사한다
젓가락 내려놓는 소리에 숭냉 올리고
지방 걷어 향로에 불사르자 현관문이 여닫힌다
제상 돌려놓고 둘러앉아
산적 편육 전을 안주로 퇴줏그릇까지 비우는 음복
미리 와서 제수 장만 돕기는커녕
음복 철상하기도 전에
집에 갈 채비로 부산떠는 지차들보고
맏며느리만 며느리냐 그럴라치면 담부터 오지 말라는
아버지의 역정에 앙앙거리며 주저앉은 지차들
아버지 죽으면 끝장이라는 둥 말쌈질해댄다
제삿날이면 일가족 모여 갈등 확인하는 날이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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