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한구석에 처박을 때마다
너무 괄시하지 말라던
술병 잡병 플라스틱 폐지 스티로폼 비닐
종이상자 헌 옷가지 그리고
일주일 동안 받은 스트레스로
시커멓게 뭉쳐진 가슴속 응어리까지
분리하여 케리카에 싣고 나가는 날
뺨 후려갈기고 콧등 베어 간다는
칼바람의 기습 등지려 종이상자로 울타리 치며
부탄가스통 구멍 뚫는 경비 아저씨
한때는 중소기업 사장님
IMF 한파 때 한 방에 허리 부러져
가족들 뿔뿔이 흩어진 홀아비
삐걱거리는 허리 반쯤 펴고 툭툭 내뱉는 말
이 모두 재활용센터로 가는 거예요
이 모두 행복 수선집으로 가는 거예요
구멍 난 옷만 수선하는 게 아니라
조각난 행복도 수선하는 거예요
물고기 많아지고 철새들 많아지는
함박웃음 터트릴 그런 날 앞당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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