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냉동실에서 꺼낸 가자미 한 꾸러미 패대기치며 사만 오천 원은 받아야 쓰겠다 한다 멀리서 왔으니 깎아달라는 말 떨어지기 무섭게 수박씨 뱉듯 툭툭 내뱉는다 제기랄 가자미 한 꾸러미 생산하는데 얼메나 고생하는지 알기나 해여 한숨 팍팍 내쉬는 노파 명함 건네주며 떼먹든지 말든지 어서 가지고 가란다 꽁지와 대가리 잘라버리고 냉동실에 넣어두란다 한 끼 먹으리만치씩 꺼내서 무수 납작납작하게 썰어 깔고 가자미 얹은 뒤에 잘박잘박 물 붓고 양념장 켜켜이 발라 자작자작 지지란다 미라네 할미 생각나거든 값일랑 명함에 적힌 계좌번호로 이체 시키란다
살아있을 때는 아가미에 뚜껑이 없어항상 입을 크게 벌렁거리는 곰치얇은 비늘 대신 두꺼운 피부이빨 날카롭고 성질 광폭한 놈내장 훑어내고 껍질 벗겨 덕장에 매달아 말린다햇살에 녹아 진물이 흐르고밤 추위에 꽁꽁 얼려버리기 한 달간 하고 나면육질이 쫄깃쫄깃해지는 놈얼굴 작고 몸통 미끈하게 빠져 슈퍼모델나이롱 대구라고 불리는 놈냉동 보관해두었다가 여름철에 먹으면 더 맛깔스러운 놈적당한 크기로 툭툭 잘라 물에 헹궈 넣고묽은 간장에 고춧가루 청양고추 파 통깨 설탕참기름 섞어 만든 양념장 켜켜이 발라놓고방아잎이나 미나리 고명으로 올리고 찐다온 집
죽변 오일장이다 담장 호박꽃이 환하게 시들어가는 한낮 무럭무럭 늙고 있는 할매 셋이서 장마당 평상에 둘러앉아 찐빵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다 김숙남 할매는 열셋에, 최진구 할매는 열넷에, 주필석 할매는 열둘에 한입 덜려 시집왔단다 하나같이 뽀얗고 팽팽할 때 신랑 먼저 보낸 늙은이 그동안 누가 호명이나 하여 주었던가 자식 같은 남정네일망정 이름 불러주니 늙어서 웬 호강인가 북면 고목 삼리에 산다는 왕 할매한테 술을 권한다 여태껏 입에도 대지 않던 술인데 사내가 주니 받아먹네 갈 때가 되어서야 팔자 고치네 팔자 고쳐 질투하는 할매 손
2022년 이른 봄부터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었고 바로 이어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전국이 선거열풍에 휩싸였는데, 이 와중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가장 많이 회자되었었다.언론방송 시사에 출연한 토론자나 진행자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넣어 자신의 주장을 가 일층 돋보이고 합리화 하는데 이용하지 않았나 싶다.“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사전적 의미로는 앞내용에서 예상되는 결과와 다르거나 상반되는 내용이 뒤에 나타날 때 앞뒤 문장을 이어주는 말이라고 한다.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육지의 7대주에
길섶에서 배냇짓 하는 꽃눈에 한소끔 쉬어가는 봄볕고울사 향토의 꽃 민들레 애기똥풀 꽃마리 부처꽃굼틀굼틀 움질움질 자궁벽 두드리고 있다잉태하는 생성의 아픔별꽃들 속삭임 촉촉한 이슬 머금고봉긋봉긋 솟아나는 노랑이 하양이 분홍이핵폭발하듯 화들짝 문 연 요염한 자태향취 가득 그윽한 미소부동산 투자 없고 연금보험 종신보험 들지 않는 그들은비를 맞았어도 마스카라 립스틱 덧칠하지 않고영양제를 먹거나 링거를 맞지 않고주름 생겨도 보톡스 주사 맞지 않는 그들은봄 동안 몸 벌겋게 발기시켜 지나가는 족족 발목 잡고자기만의 색깔과 향기 만드는 그들은길섶
이른 아침 안개 자욱한 뜰에노랑나비 몇 마리달맞이 이파리에 살갑게 붙어있었다곰곰 들여다보니간밤에 갓 태어난 꽃들이었다투명한 빛깔에 꽃의 얼이 얼비치었다저 여린 얼이 아니었다면더욱 빈한했을 내 여름의 뜰어느 날 꽃들은 앙상한 줄기에딸랑 씨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었다마지막 꽃대를 흔들어주었다한 걸음 한 걸음 시나브로 다가온 숫가을내 속들까지 파고들었다
이 층 창밖으로 연 삼 일국숫발처럼 쏟아져 내리는 비아스팔트 위에 연한 물꽃 피우고 있다작년 여름에는 밥주발보다 큰 꽃을 피우더니오늘은 간장 종지보다 작은 꽃을 피운다주차된 버스 지붕 위에도현관 지붕 위에도가로등 갓 위에도잔디밭 돌 위에도우산 위에도경비원 구두코에도소리 없이 피자마자소리 없이 져버리는
삐약거리던 노란 병아리들 모두 떠났는가?덩그런 운동장 모퉁이 향나무 옆이승복 어린이 동상 홀로 울고 있다“나는 외로워서 싫어요”텅 빈 교정 돌아보니용머리는 아직도 쓸만하고이십삼 년 전 풍경 몰라보게 흐트러졌어도사각 창틀 안 교실에는병아리들 발자국 흐릿하게 남아있고낙서 자국 자욱하다들고양이들 서성대는 교무실 앞을 지나긴 복도를 지나면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 버렸을 담임선생님창가 타고 오르던 나팔꽃 따라아직도 풍금을 켜고 계실까행여 다칠세라병아리떼 쫓던 어미 닭들도 모두 떠났을까알아볼 수 없게 커버린 나무들만덧없는 나이테를 헤아리며빛바랜
집에 들어서면 습관적으로 티브이를 켠다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뒤 안락의자에 몸 뉘이고리모컨 버튼 누르는 순간 현실의 중력에 억류되었던몸과 마음의 세포 붕 떠오르기 시작한다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에 휩싸여 무엇이든내 맘대로 세계를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자가 된 기분이다리모컨 하나면 드라마 다큐멘터리 스포츠 홈쇼핑 등속어느 세계라도 잠입할 수 있다나는 그 속에서 함께 울고 웃고 흥분하고 화내고침 흘리고 졸다 리모컨의 온·오프대로 깨고 잠든다나의 시선은 모니터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있다생활이 밖으로 나를 불러낼 때까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나고 지방자치법 제105조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을 파악하고, 지자체의 정책 기틀 마련을 위해 인수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홍천군도 군수직 인수위원회 관련 조례를 2022년 3월10일 제정, 시행하고 있어 현재 인수위를 운영하고 있다.지방선거 이 후 첫 절차인 인수위원회 설치는 홍천군수 당선자의 생각이 보이기에 군민들의 기대가 클 수 밖에 없고 많은 관심을 갖는 사안이다.홍천군수 인수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묵은 민원, 그동안 늘 습관처럼 말해왔던 숙원사업이 아닌,
나지막한 지붕들이 모여 산을 이루고쪽문으로 달빛 들인 산동네외지 사람들 좁은 골목길 돌아나가도은가락지 하나 잃어버렸다는 소문 하나 없고제삿날 굴비 한 마리 구워놓아도도둑고양이만 어슬렁댈 뿐찾아오는 조상 하나 없는 골방비닐하우스의 낮은 추녀 밑으로 먼동이 찾아오면때 절은 모자 눌러쓰고산돌처럼 큰길가로 굴러내리는 사람들도심의 매연 속으로 희미한 저녁이 찾아오면막노동으로 허기진 언덕길달빛 따라 오르는 사람들
한때는 이백여 호 넘게 사는 동네였다네아이 태어나고 늙은이 세상 떠나는 일계절의 순환처럼 균형 있게 이루어지는 곳이었다네도시로 떠날 수 있는 사람 모두 떠나고장전분교는 폐교되고 노인들만 남게 되었다네산전 묵밭 되고 다니지 않는 길 많아지고풀숲 되어 박새 꿩 직박구리 등속 내려앉는다네틈나면 몇몇 경로당에 모여 화투 치거나게이트볼 쳐 술추렴하는 게 일이라네종다리 노질하는 소리 하늘에 가득한 봄이면새싹들의 호탕한 웃음소리 들린다네지글지글 끓고 후두득후두득 내리꽂히는 빗소리 머금고곡식 무럭무럭 자라는 소리 들리는 여름 가고똘방똘방 가을 여
오십여 년 동안 사랑에 빠진 추녀처럼잇몸에 박혀 떨어질 줄 모르던 이빨들고달픈 막노동 즐기며차돌이다 유리다 온갖 것 가리지 않고맷돌질하여 맛깔나게 씹어주다갈라지고 깨지고 벌레 먹고 돌출되었다십여 년 전 때우고 씌우고 뽑고 심는 대공사그때 대체로 들여놓은 임플란트 중노동에 못 배겨난 왼쪽 아래 어금니가출 충동이는지 들쑤셔대며 마구 흔들어댄다밥알들이 장애물 경기를 한다시도 때도 없이 불쑥 솟아치근덕거리는 녀석과 함께한 달포 전국 사찰 순례 다닌 죗값톡톡히 치러야 할 판이다썩은 암모니아 냄새가 풀풀 난다깊어진 잇몸 염증 치료할 수 없어발
홍천은 수도권에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강원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면적은 1820.34㎢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넓고, 서울(605.24㎢)의 3배 수준이다.홍천의 가장 큰 장점은 산림이 88%를 차지하고, 인구 밀집도가 낮아 가성비가 좋은 힐링 여행지로 꼽힌다는 점이다.소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와본 사람은 없다는 점에 다들 공감한다.그렇기 때문에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 트렌드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각광 받고있다.기업들 또한
상처의 찬란한 꽃밭낯선 채찍의 장단에 맞춰 광대 춤을 추었다밤마다 거대한 빌딩 숲을 싸돌아다니며공황의 공포로 두근거리는 도시의 심장소리 들었다밤이면 화려한 네온 내뿜다가새벽이면 토사물 부려놓는 냉온 시스템의 도시시나브로 내 안의 청청한 빛 사라지는 나날들안개와 구름 달빛과 햇살을 소리 없이 받아들이는 숲,저마다 빛깔 내뿜는 그곳에 안착해서야비로소 잿빛으로 시들었던 속뜰이 서서히소생하기 시작하였다
바람 무늬져 오는 이른 저녁투덜대는 무릎 달래며 걷는성복천 길섶 곳곳미상(尾狀)으로 태어난 어린 새끼들반갑다 연실 꼬리 흔들어댄다가지에 조롱조롱 매달려잔광을 향해 고사리손 뻗고 있는앙증맞은 녀석들손바닥에 올려놓고 가늘게 흔들어주면혀 내밀어 핥으며살랑살랑 기어오르는 녀석들무럭무럭 늙어가는 나를잠시나마 생명의 열락에 들게 하는봄의 어린 자식들
유리벽에 불두덩 바싹 붙이고 입댄 채눈 껌벅거리며 눈알 닦는 알지이터*는금색의 찬란한 붓다의 옷을 입고 태어났으나그만 수족관에 버려진 고아그의 직업은 환경미화원이다아귀처럼 생긴 입에는 마술적 흡입력을 가진 빨판이 있어유리 돌 수초에 붙어사는 이끼를 빨아먹고다른 어족들이 먹다 남긴사료 찌꺼기까지 깨끗하게 먹어치운다거실의 불이 나가고 수족관에도 밤이 찾아오면골드 알지이터는 뜬눈으로 지새우며열대어들의 숙면을 위해 야간 노동으로 분주하다차가운 유리벽에 거듭 입술을 부벼 일으킨 수증기로바깥에서 밀려오는 불빛을 안간힘으로 밀어내고 있는그의 수
천구백구십삼 년 사월 칠일한국전력기술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수줍음 많은 채송화 만나고우아한 자태의 목련 만나고칙칙한 물푸레나무 만나고둥글둥글한 단호박 만났다딱딱한 박달나무 만나고거칠거칠한 느릅나무 만나고깐깐하고 무식한 밤나무 만나고매콤한 고추나무 만났다뜨거운 참나무 만나고예쁜 새침데기 앵두나무 만나고만나고, 만나고, 만나며나는 학교에 다니듯 직장을 오갔다나를 가르치는 스승들 많았다두꺼운 책 많이 읽었다밑줄 그며 많은 걸 익혔다그리고 마침내 울고 웃던 학교를 졸업했다이별은 미의 참이다이제 나는 시계 없는 학교에 입학하겠다
소리의 먼지가 쌓이고 있다귓속에서 밤낮 시냇물이 흐른다나뭇가지가 바람을 흔들고 바위가 파도를 끌어안는다똬리를 틀고 세력을 번창시키며 진 치고 있는 놈들막무가내 일가를 이루고 있다귓속으로 그 소리들을 불러들인 건 나다그러니 내 속에 사는 너는 얼마나 답답할까출구를 잃어버린 소리들이귓속에서 살림내고부턴 환하게 웃어본 적 없다피곤할수록 소리가 더 커지고적막과 고요가 잠을 사납게 흔들어댄다아이처럼 달래보지만 더 치열해진다숲에 들어 풀잎 사이에 귀를 내려놓는다귀가 운다 지축을 흔들며 귀가 울고 있다